1인가구를 위한 모바일 미디어 '1집'에서 재밌는 서면인터뷰를 요청하여, 답을 해보았다.
매체에 그대로 실릴 지는 알 수 없으나.ㅎㅎ
1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가
저는 참참이라는 별칭을 쓰고 있는 김진회라고 합니다. 지금 여기는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도꼬마리'라는 이름의 마을공동체 카페입니다.
요즘 일주일에 3일씩 카페를 지키고 있는데, 손님이 없어(ㅠ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문동에는 작년부터 살기 시작했는데, 재개발이 오늘, 내일 하고 있는 동네입니다.
도꼬마리에서는 커피와 차를 팔고 대관도 하고, 반찬이나 되살림물품, 수제 천연비누 등도 팝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꼬마리 회원들이 다양한 작당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두 달동안만 해도 세계여성의날기념주간, 세월호추모주간, 동대문갑 후보들에게 시민들이 궁금한 질문을 던졌던 총선프로젝트 등입니다. 도꼬마리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동네에 금방 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결혼을 하게 되어 곧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이사가는 동네는 성북구 정릉3동입니다.
우연찮게 성북에서 마을활동하는 몇몇 분들을 알고 있어서, 가기도 전에 환영받고 있습니다.
2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책을 언제 어떻게 받았나? (2-1, 2-2 항목을 포함해 말씀해주세요)
책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자꾸 여기저기 실리는구나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 나온 것처럼 계속 잘 해나가야할텐데 말이예요. 물론, 제가 혼자 실렸다기보다는 제가 활동하는 단체가 실린 것이니 부담은 덜하지만요.
가장 먼저 펼친 페이지는 우선 제가 인터뷰했던 부분이었구요. 잘못된 부분은 없나, 어떻게 나왔나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나선 마침 그날 방문했던 조합원 한 분이 책 빌려가도 되냐고 해서 빌려드렸는데 한달동안 안 가져오셔서 책을 제대로 못 봤네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분을 꼽자면 삼례에 계신 설레님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귀농/귀촌을 꿈꾸고 있기도 하고, 즐거움을 놓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좋아요.
내가 즐거운 일을 하지만 또 그렇다고해서 현실로부터 붕 떠있는 느낌은 아니고, 유쾌한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3 이 책을 진행하며 혼자 사는 데에 대한 바뀐 생각이 있다면?
특별히 생각이 바뀐 건 없는 것 같아요. 현재와 같은 가족제도에 대한 회의는 전부터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 서로의 일상을 좀 더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도 했고요.
혼자 사는 것도 좋아합니다. 내가 건드리지 않으면 바뀌는 부분이 없고, 눈치를 살필 필요없이 뭐든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건 그렇지만, 이제는 위에서도 얘기했다시피 결혼을 하게 되었네요.
4 혼자 산 지 몇 년 차인가?
가족들과 떨어져 살기 시작한 건 고1때였는데, 기숙사와 하숙집에서도 나와 처음으로 정말 혼자 살았던 건 대학 2학년 겨울방학이 처음이었습니다.
그 날들은 살림에 대해 많은 걸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분명히, 밥이 뚝딱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쌀을 씻고,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드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은 모르고 있었던 거죠. 머리로는 알았을지 모르나 몸은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무려 스무 살이 넘어서도, 내가 나를 살리는(살림) 소소한 일들을 전혀 할 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꽤 묵직한 충격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쌀을 씻고, 밥을 하고, 어떤 메뉴를 만들지, 냉장고에 있는 남은 반찬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해보게 됐습니다.
설거지거리는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항상 잔뜩 생기고 만다는 것도 알게 됐고, 볕이 잘 들어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마르면 얼마나 기쁜지도 알게 됐죠.
가족과 함께 살 때 집이 얼마나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었는지, 그걸 위해 매일매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었는지도 비로소 알게 됐고요.
한편으로 고맙고 미안하며, 한편으로 어렵고 귀찮은 일이었지만, 때로는 참 재밌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서툰 요리를 하는 것도 꽤 즐거웠고, 내 손으로 내 삶, 내 생활을 하나하나 해나간다는 게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5 실례지만, 한 달에 저축은 하나?
항상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당연히 저축은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월급(88만원 세대에 걸맞게 87만 몇천원이었는데)이라는 걸 받았던 달부터 생활비를 계산하여 가능한 한 저축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때는 약 15만원에서 20만원 정도 저축을 했던 거 같네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월급을 조금 더 받고, 그러나 월세도 올랐고, 저축은 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25만원에서 30만원씩은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다행히도 SH에서 지원을 받기도 해서 혼자살 때보다 주거비가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그럼 한달에 50만원 정도는 저축할 계획입니다.
특히 함께 시골로 가서 자급할 수 있는 규모의 농사를 짓고자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우리 땅을 마련할 수 있는 돈을 모으고자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재정을 함께 관리하게 되면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라서 아직 어떻게 될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6 거듭 실례지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 (정신적 건강 관리도 포함)
내게 맞지 않는 음식은 되도록 피하려고 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재료로 온갖 첨가물을 범벅해서 만드는 식품(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들을 되도록 안 먹습니다.
항상까진 아니지만 되도록 생협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도꼬마리에서 동네 주민인 회원분께서 만들어주시는 반찬을 구매해 먹습니다.
운동은 특별히 하진 않지만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다른 도구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정신적 건강은 참 어려운데, 되도록이면 나를 지치게 하는 사람을 안 만나려 합니다. 종종 혼자 피시방에서 게임도 하고요.
제일 좋은 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것들을 합니다.
별 목적없이 프랑스어를 공부한다든지, 농사배우러 가서 자연을 만끽하고 나중에 내 손으로 자급해먹을 생각을 하며 농사를 배우고 있는데 이런 게 일상에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그저 뒹굴거리기도 합니다. 우울할 때는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기도 해요.
음악가 '봄눈별'이 쓰고 펴낸 조그마한 '쉼표'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면 마침 딱 맞는 조언이 나와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7 (남들은 모를 것 같은) 나만의 (은밀한) 생존 노하우는?
재정은 철저하게 관리하는 편입니다. 가계부를 꼬박꼬박 쓰고 있고요.
그러나, 재정관리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고 나를 아껴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게 소홀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정말 많습니다.
가족들이랑 살고 그저 학교 다닐 땐 몰랐는데, 이렇게 나와서 살아보니 나와 피가 섞인 것도 아니고 날 도와준다고 해서 딱히 얻을 것도 없어보이는데도 뭘 참 많이 줍니다.
물론, 종종 사기에 가까운 마케팅을 당한다거나 소위 호구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정신 차리고 속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도 합니다만, 만약 그런 불안과 공포로 다른 사람들을 경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면 훨씬 더 많은 걸 잃는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흔들릴 때면 좋아하는 글이나 말(영상)들을 다시 찾아보곤 합니다. 특히 누군가의 강렬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이요.
김어준 총수가 2010년도 청춘페스티벌에서 했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요점은, 지금의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맙시다.
8 평생 혼자 살아도 괜찮을까?
반대로 이런 질문은 왜 하지 않을까요? '평생 가족들과 같이 살아도 괜찮을까?'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훨씬 나은 가족관계들을 우리는 늘 마주하고 있지 않나요?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지닌 채로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이 기본이죠.
현관문을 같이 쓰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혼자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라는 사람으로 보자면, 평생이라고 한다면 조금 외로울 때도 있겠지만,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집에 누군가를 종종 초대하면 되니까요.
9 만약 부모에게 ‘평생 혼자 살아도 괜찮을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 것 같나?
그래도 좋은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꾸리는 게 낫지 않겠냐는 대답이 돌아올 거 같네요.
부모님도 혼자서 오랜 기간 살아보신 적은 없으니 잘은 모르실 거예요. 아마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혼자 사셨던 어머니께선 많이 힘들어하셨던 거 같아요.
그러나 그건 단순히 혼자 살았다기보단, 힘겹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감당해내는 시기였죠.
뭐라고 대답해주실지 정말로 궁금해지네요.
10 어린이날에 뭐하고 놀 건가? 만약 ‘1인가구날’이 있다면 몇 월 몇 일이 좋을 것 같고, 뭐 하며 놀 건가?
이유도!
공교롭게도 올해 어린이날이 음력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년째 되는 기일이네요.
사랑하는 사람과 고향에 내려갈 거 같습니다.
1인가구날이라니, 재밌네요. 날짜는 참신하진 않지만, 1월 1일이 어떨까요?
숫자 1이 두번 반복되는 날이기도 하고, 1인 가구들이 또 한해를 잘 살아냈으며 다음 한해도 함께하자는 의미로.
1인가구야말로 현관문을 같이 쓰진 않지만 함께 사는 사람들이 정말 필요하니까요.
안그래도 신정이라 휴일이니 놀기도 좋겠네요. 참 뻔하지만 올해의 버킷리스트같은 걸 만들면서 수다를 떨면 재밌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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