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는, 날 덕분에 태어나서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6년 정도 살았던 집엘 갔다.
쓸쓸했다.
이젠 더이상, 아무도 살지 않는 그 집.
고향, 이라는 말.
왜 그토록 그 말이 정겹고 왜 그리도 고향에 못 간다는 게 서러운 일인지
잘 상상이 안 갔다.
그냥, 내가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런가보다했다.
아주 어렴풋하게나마 그 기분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그 집을 떠나서 다른 곳을 돌아다니면서 산지 8년이 다 되었는데,
거기 가보니, 내가 정말로 '살았던' 곳은 여기밖에 없구나,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 딱히 좋은 일도 없는데, 그렇게 신나게 뛰어서 올라갔던 집 앞의 오르막길.
매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일상이었을 텐데, 설레는 맘으로 나섰던 학교가는 길.
괜히 뭔가를 숨기고 있을 것만 같고, 모험해보고 싶었던 동네 뒷산, 온갖 풀과 나무들이 가득한 들.
지금 가보니, 별로 비밀스러울 것도, 탐험이고 뭐고 할 것도 없는
그냥 작은 시골 마을, 작은 집. 한눈에 들어오는. 딱히 뭔가를 더 기대할 것도 없는.
쓸쓸했다.
그 시절들은 어디로 흘러갔고,
난 이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내 삶은.
긴 한숨이 그저 조용히 나올 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인가구 서면인터뷰 (0) | 2016.04.27 |
---|---|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두고. (0) | 2016.04.12 |
아버지 (0) | 2013.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