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마음이 머무는 구절

목수정, 《야성의 사랑학》 중에서

참참. 2013. 9. 13. 13:12


 동네 시립도서관에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대 청년. 매일 다니는 도서관에서 눈여겨보던 참한 처자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충분히 보내온다. 이때 남자인 나는 그녀에게 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차 한 잔이라도 하자는 시도를 해보아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어찌하는 게 좋을지 인터넷에 묻는다. 그 질문에 달린 현명한 조언들의 대세는 대략 이러하다. "우선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합격부터 해라. 괜히 지금 연애 시작해서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서로 망하는 수가 있다. 그 여자 분도 당신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남자라면 더 마음 놓고 사귀려 할 것이다……."

 청년은 네티즌들의 이 진심 어린 충고를 듣고 "내 주제에 연애는 무슨 연애" 하며 잠시 머리를 산란하게 만들었던 연애 프로젝트를 뒤로 미루었을까? 그렇게 발산되지 못한 젊음은 도서관 형광등 불빛 아래 쓸쓸하게 방전되어 갔을까? 미래를 위해 저당 잡힌 젊음, 방전된 열정들은 모이고 모여서 우울한 구름을 만들어 내고, 그 구름은 도시 위에 우울한 비를 뿌린다. 그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한 가지이다. 당신의 마음이 설렐 때, 그 설렘에 화답하라고. 그 설렘을 죽이고 죽이면 다시는 당신을 찾아오지 않는다고. 삶을 모독하지 말라고. 그러면 삶이 당신을 버릴 것이라고. (43~44쪽)


.. 이런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좋겠다.
네티즌의 충고는 정말 진심으로 해주는 충고임을 안다. 지금 현실이 어떤지도 알고, 왜 저런 충고가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는지 너무나 잘 안다. 내가 바로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외로움이나, 연애감정마저 사치라고 느껴지는, 먹고 살기 어려운 우리 상황, 진짜 한숨밖에 안 나온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더 중요한 건 삶이 아닐까. 진짜로 당장 먹을 밥 한 끼가 모자라는 상황에 처해있지만 않다면. 함께하면 파멸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만 아니라면.

난 나중에 큰 아파트, 좋은 차, 그런 거 못 물려줘도, 내가 해왔던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사랑 이야기라든가 뭐 그런 거! 그런 건 꼭 들려주고 싶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삶을 마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의 설렘, 이 순간의 감정은 지금 살아내지 않으면, 저장해놨다가 나중에 불러올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 사라져버린다.

느끼는 그 순간, 그 순간은 우리 삶에서 오직 한번뿐인 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