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만남

저자 인터뷰 이벤트, <셋을 위한 왈츠> 윤이형 작가님과의 대화.

참참. 2013. 5. 9. 16:31


* 이 글은 2009년 12월 9일에 쓴 글입니다.


 달간의 아르헨티나 여행을 마치고 12월 2일(수)에 귀국하신 윤이형 작가님을 꽤 쌀쌀했던 지난 12월 7일(월)에 만났습니다.

심지어 저희의 수업을 염려하신 나머지 이곳 수원까지 와주셔서, 저희는 굉장히 편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는데, 긴 여정의 피로가 채 풀리기도 전에 너무 고생시켜드리는 것 같아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희를 이렇게까지 많이 배려주시고, 피곤하실 텐데 먼 걸음해주신 것,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시고, 인터뷰 내내 즐거운 분위기 만들어주시고, 솔직담백한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신 작가님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어떻게 오시는지 다시 한 번 사전연락을 드렸다. 애초 약속하였던 5시에 지하철역 앞에서 어색한 첫인사를 나누고, 저녁을 먹기 위하여 이동하였다.

저녁으로 맛있는 보쌈을 먹으면서 어색함을 그나마 좀 없애고 인터뷰를 위하여 생과일전문점으로 이동하여 음료를 시키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준비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셋을 위한 왈츠>를 내밀었다.

김진회(이하 진회) 아, 먼저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윤이형 작가님(이하 이형) 어이쿠, 감사합니다.

진회 예? 이거, 뭔가 뒤바뀐 것 같은데요…?(웃음)

 

(다들 웃음)

 

잡담을 좀 더 하다가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갔다.

 

진회 어…, 갑자기 여기 쓰여 있는 질문을 하려니까 왜 이렇게 민망한지… ^^;

이형 (옆으로 살짝 돌아앉으시며) 딴 데 보고 있을까요?

진회 (당황) 아뇨, 아뇨.

 

(다들 웃음)

 

진회 특별히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나 작가분이 혹시 계신가요?

이형 아, 너무 많은데(웃음), 너무 많고 되게 자주 바뀌는데요, 지금 꽤 오래 좋아하고 많이 좋아하는 분이 로버트 하인라인이라고 SF작가 있거든요.

진회 아, 네, 3대 SF작가 중 한분이시죠?

이형 네, 그 분 좋아해요. 너무 천재적인 것 같아요.(웃음)

진회 아…, 네 그렇죠.(웃음) 저도 한두 권밖에 안 읽어봤지만… 근데 그 세 분의 소설이 서로 어느 분 것인지 헷갈리네요.

이형 읽다보면 각자 차이가 좀 있는데

진회 그리 깊이 안 읽었더니…(긁적)

이형 하인라인은 좀 대중적으로 재밌게 많이 쓰면서도, 깊이도 있고 그래서 좋아요.

 

[http://100.naver.com/100.nhn?docid=185206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네이버 백과사전 정보. 그리고 3대 SF 거물이라고 불리우는 나머지 두 작가는 아서 C. 클라크와 아이작 아시모프이다.]

 

진회 아… 로버트 하인라인 씨를 좋아하셨군요.

이형 근데, 너무 이렇게… 넘사벽이라 가지고(웃음)

 

(다들 웃음)

 

이형 그렇죠, 사실… 근데 뭐, 그냥 독자로서 작품이 되게 재밌고 좋아서 좋아해요.

진회 그러면 혹시 하인라인 씨의 작품 중에 특별히 좋아하시는 작품 한 가지만 꼽는다면…

이형 음… <여름으로 가는 문>이라고 장편 SF소설인데…

이형 그게 아마 절판됐다가, 최근에 아마 다시 나왔나? 그럴 거예요. 근데, 타임머신 타고 시간여행하는 이야긴데 되게 재밌어요. 고양이도 나오고… (웃음)

진회 고양이?

 

(다들 웃음)

 

부대환(이하 대환) 고양이…

진회 아, 그렇군요.

대환 여기서, 이해가…

진회 이해가… 되는데요?

 

(다들 웃음)

 

[*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3023&article_id=55307와 우리가 인터뷰 전 보쌈집에서 요새 결혼하셔서 남편과 두 분이서 사시면서 고양이를 키울 수 있게 되셔서, 직접 키우시는데도 여전히 고양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애기 키우시는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누었다는 점을 참조.]

 

이형 꼭 고양이 때문에(웃음) 그런 건 아니라, 작품이 되게 좋아요. 한번 읽어보세요. 나중에, 나오면.

진회 네.

 

(수첩 뒤적뒤적)

 

이형 (슬쩍 보시더니) 뭘 이렇게 많이 쓰셨어요?(웃음)

진회 아니오, 글씨가 커서…(긁적)

 

진회 그럼 다음 질문 할게요. 쓰신 소설들을 보면, 현대인들의 답답한 일상 같은 것에 대해서 되게 많이 묘사가 되어 있잖아요? 저는 그렇게 느꼈는데요. 특별히 그런 어떤 현대인의 답답한 일상이라든가 그런 것에 대해서 표현을 하시려고 마음을 먹고 쓰시는 건지…?

이형 그냥, 제가 경험하고 제가 살아온 것에서 아마 다 소재가 어느 정도… 다는 아니지만, 어떤 부분까지는 거의 다 저의 경험에서(웃음) 나오는 거기 때문에… 음…

진회 작가님의 경험이 그러한 것이라서…?

 

(다들 웃음)

 

이형 네, 그런 것도 많이 느꼈어요, 예.

대환 평소에 많이 답답하신… (웃음)

이형 그렇잖아요, 사실… (웃음)

진회 제가 쓴 리뷰에서도 나오지만 진짜, 본인의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형 그냥, 답답…한데 이렇게 잘 이렇게 정신을 딴 데로 돌려가지고 막 재밌게 놀면서 그냥 잘 지나가는 사람이 있잖아요, 근데, 저는 요즘에는 좀 그게 되는데, 한동안 그게 안됐었어요, 한 서른 살 될 때까지는.

진회 회사원으로 계실 때…

이형 네(웃음).

 

(다들 웃음)

 

이형 좀 우울한 적이 많아서, 그런 게 아무래도 기억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글로.

진회 그런 거랑 직접 대면을 하시고, 그런 감정들이랑. 그냥 잊고 다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많이 생각을 하셔서…

이형 전 전환이 잘 안 되는 스타일이라 가지고…(웃음)

이형 멀티가 안 된다고 그래야 되나? 그러니까, 뭐가 하나가 감정 같은 게 딱 머리에 들어와 있으면, 막 파요, 그거를.(웃음)

 

(다들 웃음)

 

이형 삽을 들고 막 이렇게 파가지고, 바닥을 볼 때까지(웃음) 막 이렇게 파서 다 없애야 되는 스타일이라서. 그거를 딴 데로 이렇게 전환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잘 몰랐는데…

진회 음… 그런 게 소설로…

이형 그래서 맨날 우울하다는 얘기나 듣고.(웃음)

 

(다들 웃음)

 


[왼쪽부터 윤이형 작가님, 김진회(위), 부대환(아래)]

 

잠시 주문한 음료가 나와서 각자 주문한 것 나눠받고, 주인아주머니께 사진 한 장 부탁드리고, 앉아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시킨 파르페에 관해 잡담하다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진회 그러면, 그동안 소설 쓰시면서, 특정 한 소설에서도 그렇고 전체 소설들에서도 그렇고, 특별히 읽는 사람, 그러니까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라든가 이런 거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형 메시지요? (조금 생각하시더니) 그, 글쎄요… (웃음)

 

(다들 웃음)

 

이형 그냥 뭐를 전해야겠다 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내 이야기를 하면, 나랑 비슷한 사람도 어딘가에 있을 것 같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공감을 또 제가 느끼고, 그냥 서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항상 쓰거든요? 언제나. 쓸 때는 혼자 쓰지만, 그냥, 어떻게든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미지의 누군가와 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써요. 아직 뭐, 특정한 메시지? 그런 거는, 생각을 막 깊이 하고, 그렇게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웃음)

진회 소설가 되시기 전에는 회사에 계셨잖아요, 근데 어떤 회사에 계셨는지…

이형 잡지사 기자 생활을 오래 했어요. 한 10년?

진회 10년이요?

이형 예.

진회 그럼 거의 대학 졸업하시자마자…

이형 졸업하자마자, 예, 취직을 해서, 네…

 

진회 잡지사라고 하셨는데, 어떤…? 아, 옮겨 다니신 건가요?

이형 네, 이것저것 다 해봤어요. 뭐, 영화잡지도 해봤고, (잠깐 뜸들이시다가) 남성지, 여성지, 패션지, (웃음) 주부지, 뭐…(웃음)

진회 (웃음) 어, 잠깐 이거, 이거…

이형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진회 이거, ‘큰 늑대 파랑’에서…

이형 (웃음) 네, 그런, 그런 식으로 살았어요. 좀.

진회 아, 누구 이렇게 딱 떠오르네요. 바로. 갑자기 남성지, 여성지 이렇게 쫙 나열되는 그 분야들을 들으면서 바로.

 

(다들 웃음)

 

이형 근데, 뭐.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근데… 그냥, 똑같은 직종에 한 10년 있으니까, 직장생활이 10년 하다보니까 그냥 쌓이는 게(웃음)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치더라고요, 하다보니까.

진회 아무래도… 근데, 그래도 원래 글 쓰는… 직종에는 계셨던 거네요?

이형 예, 이것저것 다 해봤어요. 섹스 칼럼도 써봤고, 뭐. (웃음)

진회 음… 그래도 다행히 살은 안찌셨네요.

 

(다들 웃음)

 

이형 스트레스가 좀 많았어요, 예. 어쩔 수가 없어요, 근데. 다 똑같아요. 이 정도 나이 되면은, 이 정도 직장생활 하다보면은 다 비슷한데 그냥, 그런 스트레스가 있더라고요.(웃음)

진회 공감대가 형성되는… 그런 스트레스군요.

이형 네.

 

[*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2008>에 실린 윤이형 작가님의 단편 ‘큰 늑대 파랑’에서 주인공 중 한명인 정희는 영화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음악 잡지, 공연 잡지, 여성지, 남성지, 주부지, 패션지, 교양지, 여행지, 레저지, 연예지, 월간지, 주간지, 인터넷신문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는 대목이 나온다.(37p) 소설에서 20대 이후 살이 확 찌는 것은 사실 다른 주인공인 정희의 친구, 은둔 소설가 사라이다.]

 

진회 그러면, 혹시 소설을 처음 쓰시게 된 어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계기나 사건 같은 게 있으신지…? 원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었나요?

이형 그렇지는 않구요. 소설 읽는 거는 좋아했었는데… 내가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별로 못 해봤고요. 그냥 서른 살이 다가오니까…? 이렇게 막, 모든 게 다 우울해지기 시작한 거예요(웃음), 갑자기.

 

(다들 웃음)

 

이형 그래서, 아직 잘 모르시겠지만, 그런 게 있답니다, 예. 하여튼, 좀, 인생의 모든 면에서 좀 바닥을 치고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아, 이렇게는 안 되겠다. 살아야 되겠다. 막 이러면서…

진회 아, 그… 돌파구…라고 해야 되나요?

이형 예, 그냥, 뭔가, 내가 하고 싶은 거를 하나 만들어서, 그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걸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써보자고 생각은 했는데, 어떻게 쓰는지를 잘 몰라서… 직장에서, 그때 잡지사에서 마감을 하고 있었는데, 한겨레문화센터였나? 거기서 소설창작강의가 있었어요.

진회, 대환 아~

이형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가는 건데…, 네, 그래서 거기를 다니기를 시작했어요.

이형 그냥, 그거 일주일에 한번이었는데, 되게 좋더라고요, 그냥. 마감하다가 도망쳐 나와가지고(다들 웃음) 거기 가서 수업 듣고 그랬는데. 그냥 그러다가, 거기서 숙제라고 써오라고 그래서, 써놓은 게 있었는데, 일단 써놨으니까 너무 아깝잖아요(웃음), 그래서, 한번 어디 내보기나 할까? 그래가지고, 냈는데…

진회 ‘검은 불가사리’가…

이형 네, 그렇게 된거고. 뭐, 그냥… 하여튼 바닥을 친 거?(웃음), 직접적인 계기.(웃음)

 

(다들 웃음)

 

진회 아… 음…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들 웃음)

 

이형 나는 왜 이렇게 하는 얘기마다 다 우울에 관련된 얘기야(웃음), 우울, 스트레스, 바닥을 치고. (다들 웃음)

 

이형 두 분 다 성격이 그렇게 막 우울하거나 그러진 않죠? 밑으로 막 가라앉거나 그러진 않죠?

진회 음… 그럴 때도 있죠.

이형 근데 계속 그러진 않죠?

진회 계속 그러면 좀… 힘들 것 같은데요.(웃음)

이형 (웃음) 다행이다.

대환 저는… 중학교 때 좀 그랬어요.

이형 아, 그래요?(웃음)

진회 사춘기 때?

대환 아니, 언제부턴가 모든 게 막, 심각해 보이고… 그래서, 너무 삶을 비관적으로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진회 그 어린 나이에.(웃음)

 

(다들 웃음)

 

대환 그 어린 나이에.(웃음) 나도 어이가 없어, 지금 생각해보면.(웃음) 그래가지고 막, 아니 3년을 그러고 사니까…(다들 웃음)

진회 3년을 그러고 살았어?(다들 웃음)

대환 3년을 그러고 살아가지고, 근데 뭐, 그 기간 지나니까 좀 배운 것도 많고.

진회 갑자기 근데, 어디선가 막 빛이 비췄어?(다들 웃음)

대환 그런 건 아니고,(웃음)

진회 근데 이렇게 변했단 말이야?

이형 그러니까요, 되게 밝아 보이시는데…

대환 음… 그 3년을 거치면서 제가 그냥 좀, 무슨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웃음)

이형 뭐, 그럴 수도 있죠…

대환 뭐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을 많이 하고,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정한 것 같아요.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할지 그런 것도 많이 생각하고요.

진회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사춘기 소년의 성장기, 뭐 이런 건데?

 

(다들 웃음)

 

대환 그냥, 뭐, 네, 그랬답니다.

진회 (따라서) 그랬답니다.

 

(다들 웃음)

 

 

대환 평소에 다른 작가 분들과는 교류를 많이 하시나요? 만나서, 뭐, 밥이나 한번 먹고 그런… 아니면, 친한 작가 분이라든지.

이형 최근까지는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 좀, 모임도 만들고 이래가지고, 같이 만나고 그런 것도 있고. 근데 대체로는 아마 저만 그런 것도 아니라, 특히 소설가들은 서로 잘 안 만나요(웃음). 이렇게 뚝뚝 떨어져있어서… 각자 바쁘기도 하고, 아마 그럴 거예요.

 

이형 저는 그냥 등단 작가 아니고, 그냥 글 쓰는 거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합평모임을 만들어서, 모임 두 개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거, 그런 거? 오히려 그런 게 더 많이 사람도 만나고… 그렇죠.

진회 합평…이라고 하면,

이형 그러니까, 글을 써와가지고, 서로 평가해주는 거죠.

 


[캔모아에 있는 그네 의자]

진회 작년에 장편을 생각 중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이형 (허탈한 웃음 후 속상하신 말투로)이게 1년 지나고 물어봐도 똑같으면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근데, 계속 똑같아요, 저는(웃음).

 

(다들 웃음)

 

이형 계속 생각 중인데 어떡하지…(웃음) 아, 장편, 예, 장편……. 계속 생각 중이고요(웃음).

 

(다들 웃음)

 

이형 지금, 장편은 아니고, 연작단편을 연재를 하고 있는데…

진회 아, 어디에요…?

이형 <자음과모음>이라는 문예지가 있는데요, 거기에 네 편으로 구성된 연작단편을 1년 동안 할 것 같고, 그거 하면서 아마 장편을 쓰게 될 것 같아요, 내년에. 올해도 다 갔으니까 이제(웃음). 뭐하고 올해가 간거야, 진짜…

 

(다들 웃음)

 

진회 그럼, 그 연작단편은 지금 1편이 나온 건가요?

이형 네, 1편은 썼어요. 재미없어요, 보지 마세요.(웃음)

진회 근데 장편소설 쓰는 소설가 같으면 그냥 이름으로 검색해도 책을 사서 보면 되는데, 주로 이렇게 단편을 잡지에 싣고 하시니까, 저는 어디에 언제 실렸는지 알 길이 없어가지고. 제가 그렇다고 문학잡지를 많이 구독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형 모르셔도 돼요(웃음), 별로 재미가 없어서.

진회 <셋을 위한 왈츠> 이후에 나온 소설들은 대부분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형 두 번째 소설집도 지금 준비 중인데, 조금 늦어지고 있어서… 그것도 아마 내년 상반기 중으로 아마 나올 것 같아요.

진회 겨울 즈음에 나온다고 어떤 기사에…

이형 (웃음) 에고, 죄송해요(웃음).

 

(다들 웃음)

 

이형 그게, 저도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자꾸 늦어지네요…(웃음)

진회 네, 그런 인터넷 기사가 있더군요(웃음).

이형 아니, 그분이 그 1년 전에도 또 인터뷰를 하셨는데, 내년 1년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그래서, 장편 준비 중이고 뭐, 소설집 준비 중이라고 그랬는데, 1년이 지나서 또 물어보시는데 또 똑같은 거예요, 상태가(웃음).

 

(다들 웃음)

 

이형 그래서, 와, 어떡하지- 그러구(다들 웃음), 아, 왜이래 막 이러구(다들 웃음), 그러네요.(웃음) 근데 또 똑같아요…(웃음) 제가 좀 게을러가지고…

진회 아… 내년에 뵙겠습니다(웃음).

 

(다들 웃음)

 

이형 부지런히 살아야 되는데…

 

 

진회 그러면, 지금까지 꽤 여러 단편 작품들을 쓰셨잖아요, 그 중에서 혹시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음… 이건 정말 잘 썼다?

이형 (웃음)

 

(다들 웃음)

 

진회 아니면, 이건 좀 마음에 든다, 라든지 좀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특별하게?

이형 잘 썼다고 생각이 드는 건 없구요(웃음), 그냥 쓸 때 제일 즐겁게 썼던 거는, ‘DJ론리니스’라고 제 첫 소설집에 들어있는…

대환 아, 정말 그 육십억…

진회 아… 네, 저도 가장 좀 많이 기억에 남는 소설 중 하나였어요.

이형 그냥 쓸 때 제일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런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진짜로. 그래서 그때 한창 막 그런 거에 미쳐있던 때라가지고(웃음). 아,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래서 썼는데, 재밌었던 것 같아요.

 

[* DJ론리니스는 <셋을 위한 왈츠>에 실려 있는 단편 작품 중 하나로 점점 수강생이 적어지는, 디제잉을 가르치는 남주인공과 의외로 굉장히 진지하게 디제잉을 배우러 오는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여주인공의 대사 중 “제 하루는 뚝 떼어내서 지구상의 육십억 인구 중 누구의 삶에 갖다 붙여도 표가 나지 않을 거예요.”라는 구절이 나온다.]

 

진회 아, 이 질문도 있었는데! 그, ‘DJ론리니스’를 보면서 생각한 질문인데요. 그런 소설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인물들이 있잖아요? 다양한 직업도 나오고, 특히 DJ같은, 그런 거는 주로 직접 경험하신 걸 바탕으로 쓰시는 건지… 아무래도, 그런 게 많으신가요?

이형 뭐… 제가 경험한 것도 있고, 경험해보지 못한 거는 취재를 하고 간접경험을 해서, 쓰는데… 음… 네, DJ는 안 해봤고요, 저는(웃음).

진회 그때 관심이 많으셔서…

이형 관심이, 네, 많아가지고…

이형 근데 대체로 그냥 인물들이 이렇게 막 특이한 인물들은 별로, 특이한 직업 이런 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있었나?

진회 DJ가 제일, 음…?

이형 네, 그렇고 뭐, ‘절규’에서 소리 질러주고 그거는 제가 자취할 때 저희 집 앞에, 그런 두 명의 아가씨가(웃음) 새벽마다 와 가지고, 소리를 지르고 막 싸우고, 울고, 그래서 잠을 못 잤던…

진회 아, 정말요?

이형 예, 그런 시기가 좀…

진회 그러니까 진짜 그런 일을 하셨던 분들인가요?

이형 아니, 그런 건 아니겠죠, 설마(웃음).

 

(다들 웃음)

 

진회 아, 그냥, 그냥…

이형 근데 뭔가, 뭔가 일이 있어가지고, 근처에 사는 분들이었던 것 같은데, 계속 그러더라고요, 계속 울고, 막 소리치고, 근데 막 둘이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대환 삼각관계인가…

이형 그래서, 예, 잠을 좀 못 잤는데, 그런 분들이었고…

진회 그 두 분 때문에 잠 못 이룬 그 밤들이 모여서 소설 하나가 탄생을 했군요.

이형 (웃음) 근데 되게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그게.

 

(다들 웃음)

 

진회 네, 저도… 그 소설에서 두 분이 인상 깊었죠(웃음). 그런 직업이 실재할 리는 없겠죠? 설마, 혹시…(다들 웃음)

이형 그렇죠.

 

[* ‘절규’는 <셋을 위한 왈츠>에 실린 단편 작품 중 하나이고, 조금 복잡한 관계에 있는 두 여주인공이 어쨌거나, 사연과 의뢰를 받아 의뢰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그 사람들의 울분을 대신 토해주고 대신 절규해주는 일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이형 그리고 뭐, 회사생활하거나 이런 거는 아마 제가 경험한 거에서 나왔을 거예요.

 

메뉴를 하나씩 더 시키기 위한 세 사람의 고민(작가님은 별 고민 없이 아메리카노를 시키셨지만)과 잡담이 이어졌다.

 

진회 근데 ‘DJ론리니스’ 읽으면서, 직접 해보신 것처럼 생생하게 쓰셨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이형 아, 그거를, 제가 디제잉을 배우고 싶어서, 좀 많이 알아보고 조사도 막 해보고 그랬었는데.

진회 그게 그대로 묻어나온 거군요.

이형 근데, 배우지는 못하고 있고, 정작(웃음).

 

(다들 웃음)

 

이형 최근에 또 그거를 또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또 들었어요. 역시, 너무… 멋있어요, 디제잉…(웃음).

진회 그 소설을 읽고 나니 저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웃음).

 

대환 그렇다면, 어릴 적 꿈은 무엇이셨는지?

이형 (어색하게) 하하하…

(다들 웃음)

 

이형 (거의 안 들리게) 음… 어릴 적 꿈… (갑자기) 과학자요!(웃음)

대환 아, 정말요?

진회 오…

이형 근데 고등학교 때 망해가지고, 수학에서… 네, 진짜로! 중학교 때까지는 물상 이런 거 되게 잘했어요, 좋아하고. 근데, 고등학교 때 수학에서(웃음) 망하고 나서 이제 이렇게…(웃음)

대환 이럴 수가…

진회 그 때 과학자의 꿈을 접으신 건가요?

이형 하하하… 어렸을 때는 뭐냐, 학생과학 이런 걸 구독했었는데, 거기 보면은, 그 때 유전공학이 한창 붐이어 가지고, 키메라 생물 같은 거 있잖아요. 막 그런 거가 맨날 막 희한한 것들이 나오는데 그게 너무 재밌어서 아 이런 걸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되겠다, 나중에. 그리고 그때는 공부도 열심히 하구요…(웃음)

 

(다들 웃음)

 

이형 고등학교 때 막 망가지면서(웃음) 꿈이 건너가 버렸죠.

 

(다들 웃음)

 

진회 소설가라는 직업이, 직업으로서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이형 직업으로써요…?

진회 네.

이형 음… 일단 출퇴근 없고(웃음).

 

(다들 웃음)

 

이형 재택근무에다가… 글쎄, 페이는 좀 짜고…(웃음)

 

(다들 웃음)

 

이형 그래도, 괜찮은 직업인 것 같아요, 저는. 근데, 컨트롤을 자기 자신이 해야 되니까, 모든 거를. 누가 시켜주지도 않고, 뭘. 무슨 책을 읽어라, 무슨 생각을 해라. 이런 거를.

진회 (웃음)네, 그렇죠.

이형 업무를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점이…

이형 그냥, 글을 써가지고 돈을 버는 거는, 할 만한 노동이라고(웃음) 생각을 해요. 좀 힘들어서 그렇지…

 

(다들 웃음)

 

대환 집에서 반대 같은 건 없으셨어요? 처음에 하려고 하실 때?

이형 음, 그런 거는… 없었어요.

대환 아, 저는 중학생 때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하면서, 음악 같은 것도 많이 하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옛날부터 부모님한테 글 쓰거나 음악을 하거나, 예술 쪽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가지고… 집에서. 그런 쪽은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고…

이형 음… 되게 무서운…(웃음)

진회 그래서 결국 꿈을 접고… 아, 또,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다들 웃음)

 

대환 왜 항상 이런 식으로 되는 거지(웃음). 미치겠다, 하여간 그랬어요.

이형 (웃음)근데요, 아직 안 늦었잖아요, 하세요. 부모님이랑은 싸워야 돼요(웃음).

대환 아, 네, 그렇죠. 아직은 좀 더 찾아볼 생각이에요. 하고 싶은 거를.


 

 

 

이형 근데, 이과생들 보면 너무 부러운 것 같아요(웃음).

대환 아, 정말요?

이형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에…

 

(다들 웃음)

 

 

진회 어? 질문 적어온 거 다했네요!

이형 와…(박수)

 

(다들 웃음)

 

이형 그렇군요. 수고하셨습니다(웃음).

 

(다들 웃음)

 

진회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는 느낌인데요, 내려앉아 있던 게…(웃음)

 

갑자기 밝아지신(?) 작가님과 소소한 잡담을 했다. 시험 이야기, 방학 계획 이야기, 게임 이야기(!?)…

 

진회 근데 혹시, 아버님께서는 소설가를 하시는 데 반대를 안 하셨나요?

이형 아버지요? 아니요, (웃음)아버지는 제가 글쓰기 시작한 거 모르셨어요. 근데, 되고 난 다음에 아셨는데, 좋아해주셨던 것 같아요. 배는 좀 고프겠지만, 니가 알아서 잘 해라…고.

진회 그러면 혹시, 나중에라도 만약에, 딸이나 아들을 낳았는데,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형 뭐, 저는 그냥 애가 하고 싶은 거를 시킬 것 같아요.

이형 물론(웃음), 다 알기 때문에, 좀 고생스럽다는 걸 알기 때문에 좀 그렇긴 하겠지만. 그래도, 부모가 애한테 뭐 못하게 하는 거를 되게 싫어하거든요. 그래가지고 무조건 애의 의사가 먼저여야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애가 하고 싶은 거를 하게 놔둘 것 같아요.

 

진회 아…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웃음).

 

이 후에는 작가님께서 SF 장르에 가까운 소설도 몇 편 쓰셨고, 물리학에 관심이 많으셔서, 물리학과 전공진입 예정인 저희 둘에게 이것저것 여쭤보셨고,(물론 아직 1학년생이라 작가님께 많은 도움을 드리지는 못하였지만) 물리학과 그 외 이것저것에 관해서 작가님께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실 때까지 잡담을 나누었다. 시종일관 즐거운 시간, 즐거운 만남이었다.

 


- 인터뷰를 맺으며

조금 어수선하다고 느끼실 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프로 기자도 아니고 하니,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인터뷰 방식을 떠올리며) 인터뷰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이 편이 좀 더 재미있고, 왠지 좀 더 인간적인 것 같고, 인터뷰하는 현장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정리를 해보았으나, 여전히 내용 전달이 잘 되지 않거나 어수선한 부분은 전적으로 필자의 능력 탓입니다.

이렇게 즐겁고 유익한 인터뷰의 기회를 주신 오거서측과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윤이형 작가님께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