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영화 브로커와 책 <나는 안전합니다>

참참. 2022. 12. 25. 09:26

그제는 영화 브로커를 봤고 어제는 <나는 안전합니다>를 읽었다. 심이경 작가님의 심리상담과 치유과정에서의 사고의 흐름이 내가 경험한 것과 비슷해서 놀랐다. 나는 범죄의 피해를 입거나 유기공포나 부모의 폭언에 노출되지도 않았으나 결국 도착했던 심리 상태는 비슷한 데가 있었다. 이런 피해를 겪은 사람조차도 물리적으로 더 큰 신체적 폭력을 당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별것도 아닌 일로 왜 이렇게 긴 시간 아파하냐고 자신을 다그쳤다고 한다. 내가 더 잘했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고 자신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비난하는 일, 나도 자주 하던 일이다.

“이혼은 불행한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를 구조했다는 의미이면서 더는 아무도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실천이었다.”
나는 이혼을 하고도 또 비슷한 일(이 책의 글 소제목 중 하나이기도 한 정서적 허기를 채우려 한 연애)을 반복했다. 그러다 마침내 작가님처럼 이번에야말로 평생을 회피해온(그러는 줄도 몰랐으나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드러난)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겠다는 마음으로 돈과 시간을 에너지를 들이기 시작했었다.

작가님은 상담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로 자신의 분노에 대해 상담사가 얼마만큼의 분노인지 물어봐주고 또한 그 분노는 정당하다고 확인해 준 순간을 글로 쓰셨다. 격하게 공감했다. 내가 느꼈고 느끼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이 내게 평생동안 풀지 못한 숙제였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문장을 아무리 읽어도 그것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게 어떤 느낌인지를 알 수 없었다.

브로커에는 “태어나줘서 고마워” 장면이 나온다. 그 말 한마디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지만, 평생 해본 적도 들어본 기억도 없는 그런 말을 듣는 사람들의 어색한 침묵과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동요가 좋았다.

이 세상에 존재해도 된다는 확인, 끝끝내 그것을 조금씩 얻어가는 이야기들이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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