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퇴근길

참참. 2020. 9. 26. 07:44

 

서울이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내게 서울은 여행지가 아니라 일상의 공간이니까. 근데 요즘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서울도 아름다운 곳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참 많다.

어떨 때는 결국 자전거를 멈춰세우고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들어올릴 수밖에 없을 만큼.

 

출근할 때는 동쪽의 떠오르는 해를 향해 달리고, 퇴근할 때는 서쪽의 지는 해를 향해 달리게 된다. 매일 내 앞에 펼쳐지는 넓고 푸른 하늘과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한 예쁜 야경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한다. 출근하는 일이 늘 기쁠 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페달을 밟으면서 몸에 들어온 활력과 풍경이 준 감동이 회사에 가는 일도 꽤 괜찮은 일로 느끼게 하는 것만 같다.

사실 많은 회사를 다녀보지 않아서, 일반적인 영리기업은 사실상 처음 다녀봐서 비교할 대상이 없다. 온갖 간접경험들에 비추어봤을 때는 그렇게 최악은 아닌 것 같기는 한데, 일을 하다보면 내 입장에선 참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종종 든다. 나도 꽤나 나오는대로 다 말해버리고 후회하는 타입이라 답답한 걸 잘 안 참는다.

이러다 언젠가는 그만두는 날도 오겠지만, 그 날까지는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싶다. 회사에 있을 땐 열심히 하고, 퇴근하고나면 열심히 나를 돌보고,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서로 쓸데없이 상처만 입히는 관계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후회는 조금만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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