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에 약한 사람
난 정말 칭찬에 약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뭐 칭찬 받는 게 욕먹는 것보다 좋은 건 당연하니까 누구나 그런 거지, 딱히 나의 성향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근데 20대가 돼도 비슷했다. 남의 말에 너무 휘둘리는 것같이 느껴져서 그런 내 모습을 싫어하고 부정했다. 하지만 그게 어딜 가진 않았다. 내가 글 쓰는 일에 그나마 지금 갖고 있는 만큼의 관심이라도 가진 것도 어쩌면 내 글에 대한 칭찬의 역할이 컸는지도 모른다. 오늘 페이스북에 쓰는 내 글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이 글도 쓰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고하든 나만의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봤지만, 그러기엔 딱히 그렇게 대단한 목표도 열정도 없다. 여태까지 그런 사람은 없었지만 만약 날 자기 입맛대로 조종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생각보다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실없는 생각을 혼자 종종 하곤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스님과의 브런치>에 나오는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군가를 묵묵히 믿고 기다리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눈앞의 현재가 아닌, 오지 않은 미래를 서둘러 칭찬하는 예쁜 마음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채를 썰며 배웠다.'
라는 구절로 끝나는 글이 그렇게 와닿았나 싶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야 말 그대로 똥만 싸도 칭찬받을 수 있지만, 크면 클수록 어지간해서는 칭찬받기 어렵다. 칭찬은커녕 성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친구로서 당연히 해내야한다고 기대받는 일을 해내고 욕을 안 먹는 것만도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하다보니 상대방에게도 아쉬운 점보다는 좋은 점을 보고 그런 점에 대해 얘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근데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줄 수 있어야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오늘 '고통의 심리학'이라는 인문학 모임에 얼떨결에 2회차부터 참여하게 됐다. '정서적 응급처치'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테드강연영상을 함께 봤는데, 우리는 몸에 상처가 났을 때는 즉각 응급처치를 하고 낫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마음에 상처가 나면 오히려 그 상처를 더 칼로 후비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냐는 얘기가 새삼스럽게 또 와닿았다.
이렇게 같이 공부하다보면, 나도 지나가던 내 감정들에 더 이름을 붙이고 어떻게 응급처치를 하고 치유해야하는지 알 수 있을까.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TED강연 - https://www.youtube.com/watch?v=F2hc2FLOdhI)
(영어-한글 자막 같이 볼 수 있는 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jDFFdyAA3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