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귀농귀촌 이야기

작은책 17.6월) 이러려고 시골 왔지!

참참. 2017. 6. 5. 21:22

이러려고 시골 왔지!

자연농 농부가 되고 싶은 참참

동생 부부네 집들이에 갔다가 농부 다 됐다는 소릴 들었다. 날씨 얘기가 나오자 내 입에서 가뭄 걱정이 썩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던 거다. 나한테 그런 소리를 들어본 게 생전 처음인 가족들이 요샛말로 빵 터졌다. 직장 대신 논밭에 나가기를 한 달째, 가장 달라진 것 중 하나가 날씨를 보는 느낌이다. 서울에 있을 땐 일기예보를 우산이나 두꺼운 옷을 챙기기 위해 봤다. 잘 보지도 않았고, 봐도 오늘과 내일 정도나 봤다. 당시의 내게 비라는 것은 좀 귀찮지만 미세먼지를 씻어줘서 좋은 그런 것 정도? 지금은 적어도 일주일치는 챙겨본다. 특히 비 소식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바람과 햇볕도 매일 밖에서 직접 느끼니 민감해진다. “좋은 날씨라는 건 사람이 아니라 작물의 발아와 성장이 중심이다. , 미세먼지 걱정은 똑같다.

시골 내려와서 달라진 두 번째는 시간에 대한 느낌이다. 도시에 있을 때는 늘 시간에 쫓겼다. 그날의 날씨나 컨디션과는 상관없이 똑같은 시각에 사무실에 나가야하는 게 도시생활의 기본이다. 언제나 시간을 분단위로 계산하면서 걷거나 지하철을 탔던 기억이 난다. 시골로 오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일을 하지 않으니, 일하는 시간은 비슷하더라도 좀 더 여유롭다고 느낀다. 퇴근시간 기다리고 주말 기다리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젠 요일도 모르고 시계도 덜 본다. 그저 너무 덥거나 몸이 힘들거나 비가 오면 쉰다.(가뭄으로 작물도 힘들고 사람도 힘들다.) 그렇지만 시골 살고 농사짓더라도 대규모의 전업농, 시설농이라면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면서 시간에 쫓기기도 한다. 실제로 시골에 그런 사람 많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 대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을 어떻게 벌까 고민 중이다.

진달래꽃을 따는 엄청난 도전은 어떻게 됐냐고? (지난 글 참고 2017/05/11 - [내가 바라는 글쓰기/귀농귀촌 이야기] - 작은책 17.5월) 나는 어쩌다 홍천에 오게 됐나그것도 딴에는 돈 버는 일 중 하나였는데, 해보니까 아무래도 돈 벌긴 어려울 듯싶다.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신선한 꽃들을 따야하는 마감 전날 하필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왔다. 총 이틀에 걸쳐 땄고 하루는 비오기 전에 딴다고 둘이 새벽부터 열심히 땄다. 꽃 하나에 1그램도 되지 않으니 1킬로그램 따려면 한참이 걸렸다. 그 주에 결국 3.5킬로그램 정도 땄는데 정말 어려웠다. 계산을 해볼 수밖에 없었다. 진달래 따는 일을 제안해주신 곳의 진달래 단가가 킬로그램당 1만원, 우리의 느린 속도로는 한 사람이 4시간 정도 따야 1킬로그램이 나왔다. 최저임금을 한참 밑돈다. 도시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삼고 싶진 않지만, 하루 8시간씩 30일을 꼬박 해야 60만원 수준인 돈벌이라면 여기서도 생계가 곤란하다.(임금노동자가 아니므로 주휴수당도 없다.) 따다보면 속도가 좀 빨라지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진달래 다음으로는 쑥을 최근까지 뜯고 있는데, 이것도 우리가 뜯는 속도로는 결국 시간당 버는 돈은 비슷할 것 같다. 양을 조금씩만 약속하고 돈 벌 생각보다는 도와드린다는 생각으로 하는 게 좋겠다. 생산자로 매주 참여하시는 분들도 진달래나 쑥 채취에 대해서는 우리와 같은 돈을 받으시기 때문에 억울하거나 하진 않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수술 등으로 빠지시다보니 최근 일손이 많이 부족하신 것 같아서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만 우리도 좌충우돌 배우며 자연농 농사도 지어야하고 자급되는 부분 밖의 생계도 걱정을 해야 하니 마냥 돕는 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골에 온 보람을 느낄 때는 특히 먹을 때다! 돈은 없지만 먹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최고급이다. 지난주엔 판매하고 남은 것이라며 소금쟁이님이 건네주신두릅을 데쳐 먹었다. 도시에선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는 오늘 아침에 딴 두릅같은 게 이렇게 굴러들어온다. 신선함이 도시에서 먹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찹쌀가루 얻어온 것으로 진달래화전도 해먹었는데 비록 화전의 생명인 모양새는 엉망이었지만 맛은 있었다. 절정은 쑥국이었다. 변산공동체 된장 풀고 우리 밭에 너무 많아 골칫거리인 쑥 한 줌 뜯어다 넣은 게 다인데 어마어마한 녀석이 탄생했다. 둘이 마주앉아 한 숟갈을 뜨자마자 곁지기가 감격에 겨워 한마디 했다. “우리가 이러려고 시골 왔지!”

여기서 그칠쏘냐. 우린 봄이면 빼먹을 수 없다는 고사리 뜯기에 나서보았다. 곁지기는 지난번 진달래 따러 올랐던 산에서 사이사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고사리들을 보고 때만 기다리며 벼르고 있던 차였다. 좀 지나자 슬슬 그 산에 고사리 뜯는 인파(?)가 몰리기 시작하는 게 밭일하면서도 보였다. 산에 올라보니 아니나 다를까 벌써 뜯겨서 밑둥만 남은 고사리들이 여기저기서 우릴 반겼다. 그래도 또 새로 나온 녀석들이나 미처 못 보고 놓친 것들이 없을 리 없다. 그냥 봐선 잘 안 보여도 자꾸 보다보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는 고사리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젠 없나보다하고 일어나 돌아가려하면 또 눈앞에 하나가 나타나고, 그 녀석 따다보면 저 앞에 또 하나가 보이니 이 성취감과 중독성이 만만찮다. 나는 한 시간 반, 곁지기는 두 시간 반을 뜯고 내려와서 무게를 달아보니 합쳐서 900그램 정도 됐다. 둘 다 먹어만 봤지 뜯어보긴 처음이라 인터넷에서 말리는 법을 찾았다. 잘 씻어 큰 솥에 삶고 물을 갈아주며 하루를 담가두었다.

다음날 햇볕 내리쬐는 밭 옆에다 고사리 말려놓고 한참 밭일을 했다. 이제 집에 갈 때가 되어 고사리를 걷으러 갔다가 그만 화들짝 놀랐다. 삶아서 조금 흐물흐물해지긴 했어도 꽤 통통했던 초록빛 고사리들이 글쎄, 실오라기처럼 말라비틀어져서 잘 보이지도 않는 게 아닌가! 처음엔 진심으로 우리가 뭔가 잘못한 줄 알았다. 무게를 달아보니 900그램 뜯었던 게 50그램이 됐다. 요즘 믿기 어려운 걸 본 누리꾼들이 자주 쓰는 말 이거 실화냐?”가 절로 나왔다. 먹을 때 다시 불리면 좀 더 커진다곤 하는데, 이래서는 누구 나누어줄 것도 없겠다. 이것도 시장에서 100그램에 만원하던데 야생 나물 채취해서 돈 벌 생각은 역시 접어야겠다. 부지런히 뜯어서 우리나 맛있게 먹고 남으면 이웃들에게나 나누어야지.

그동안 채취만 한 것은 아니고 농사도 나름으로 짓고 있다. 고랑 파서 이랑 만드느라 삽질을 주로 했고, 요즘은 각종 작물을 심느라 바쁘다. 논농사를 위해 못자리 만들어서 볍씨도 뿌려두었고 여기저기서 얻은 아스파라거스, 딸기, 땅콩, 토란, 토마토, 바질, 수박 등을 심었다. 하나 심을 때마다 이게 정말 날까?’하고 싹이 나오면 이게 정말 나네하며 다 같이 신기해하고 있다. 벌써 여느 농부님들에 비해 좀 늦어진 것들, 아직 심지도 못한 것들이 많다. 그런데 초보농부에겐 야속하기만 한 계절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입하’, 절기상으로도 따가운 햇볕으로 봐도 틀림없이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