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2008

<엘리펀트맨>

참참. 2013. 5. 9. 06:37





엘리펀트맨

저자
크리스틴 스팍스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06-11-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는 코끼리가 아니야! 나는 짐승이 아니야! 나는 인간이라고! ...
가격비교


엘리펀트맨, 제목을 보고 전혀 책 내용을 유추를 못 했다. 영화도 보지 못 하였고..

이 책을 추천하면서 친구가 했던 '진짜 슬퍼'라는 말과 표지의 흐릿한 그림을 보고나서야 대충 그 괴상한 제목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책 내용을 대충 알고 펼쳤음에도 엘리펀트맨은 확실히 상상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상상하기 힘든 기형, 들어보지도 못한 병명과 방치되었던 생활로 인해 악화되어 최악이 된 그의 형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순수하고 너그러운, 과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굉장한 성품을 지녔다. 사실 조급한 성격을 가진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답답하기도 했다. 이미 그의 모습에 겁먹은 상대에게 휘둘리고, 매일 당하면서도 아무 말 안하고, 난 그런 모습을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미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속에서 17년 남짓한 인생을 살았기 때문일까? 난 무엇보다도 언젠가 끝날 인생이라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충분히 즐거움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당연하며, 심지어 그게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 이 소설은, 특히 실화라는 점에서 더더욱, 나의 얼마 안되는 생에 대해 돌아보게 하고 진지하게 남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기야, '역시 사람을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해선 안 돼', '겨우 기형이 좀 있다고 저렇게까지 기겁을 하고 짐승취급을 하다니'이지만, 나 역시 나의 전 생애에 걸쳐 나와 다른 것, 익숙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막연하고 근거없는 분노와 배제를 서슴없이 저질러오고 있었다. 정말 부끄럽다.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앞으로의 내 삶의 태도가 갑자기 확 변할 수 있을지도 역시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잖은가?

 

끝끝내 내 삶의 태도가 변하지 않더라도, 이 책이 의미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적어도 내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아, 내가 또 그런 일을 저질렀구나' 라고 자각할 수 있게 되는 것. 비록 최종적인 결과 면에서 소용이 없다 할 지라도 '그런 책이 있었지,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 지 내게 가르쳐준 그런 소설이 있었지.' 라고 가끔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조금은 더 나아진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을 읽은 것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끝으로 그가, 마지막에는, 원하던 것들을 이루어서 진심으로 기쁘다. 과연 나는 엘리펀트맨만큼이라도 나의 소망을 이루고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 2007년 즈음. http://blog.naver.com/kimjh620/20087293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