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사는 이들

김다은, <세상의 스무 살을 만나다> / 세상의 스무 살들을 만나 그들의 꿈을 듣다

참참. 2013. 5. 9. 16:07



세상의 스무 살을 만나다

저자
김다은 지음
출판사
생각을담는집 | 2013-04-01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
가격비교


이 책을 알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책에 대한 추천글을 올리러 들어갔던 어느 인터넷 카페에서였다. 제목을 보는 순간 이미 느꼈다. 이 책을 반드시 읽게 되리라고. 아니나다를까,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고 맴돌던 제목. 금세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

세상의 스무 살들은 대체 무얼 하고 살까? 정말 궁금하던 주제다. 내 나이가 스물넷인데 여전히 이렇게 방황하고 있으니, 궁금할 만도 하다. 그동안 나름 좋은 여행책들도 몇 권 읽었지만 이렇게 딱 주제가 잡혀있지는 않았다. 책을 펴고 지은이 소개를 보니, 무려 나랑 동갑이었다. 더더욱 친근감이 생겼다. 스무 살 때이긴 하지만 세계의 내 동갑내기들의 이야기란 소리 아닌가. 조금 흥분까지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결론적으로 재밌고 쉬우면서도 나름의 진지한 생각들이 들어있는 책이다. 딱딱하지 않고, 진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스무 살의 풋풋함이 그 진지한 고민에서조차 묻어나왔다. 생각이 어리고 얕다는 것이 아니라, 왠지 모르게 풋풋한 분위기가 있다. 오히려 그 경험들과 그를 통해 느끼고 생각하는 지점들은 지금 스물넷의 나보다도 나은 점이 많았다. 공정여행이란 대체 무얼까, 이 아름다운 휴양지가 실은 우리의 이기심으로 살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장소인 건 아닐까, 어떤 이들에게는 꿈을 꾼다는 것조차 사치인 현실에서 나는 너무 나태한 건 아닐까. 그런 고민들을 몸으로 느끼며 건강하게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일 것이다.

그 고민들을 담아 스웨덴에 다녀오고, 지금은 '지구마을청년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일종의 존경심마저 불러일으켰다. 동갑내기에게 존경이라니, 그렇지만 가면 갈수록 사람의 나이라는 것에 대한 내 뿌리깊은 편견(전에는 내가 그런 편견이 있는 줄도 몰랐지만)이 마구 깨져가고 있는 요즘이다. 아직도 나보다 어린 사람을 보면 왠지 근거없이 내가 더 성숙한 것 같고, 뭔가 알려줘야할 것 같은 몹쓸 습관적 감정이 올라온다.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그런 내가 무척 부끄럽다.

나도 나름대로 하고싶은 일을 찾기 위해 (남들이 보기에는) 잘만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남들이 보기에는) 별 의미없으나 나에겐 충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멋진 여행까진 다니지 못했지만 나도 나의 길을 찾아 내 삶을 여행하련다. 떠나보지 못한 여행을 대신 가보고 세상의 동갑내기들 소식을 알려줘서, 정말 고맙다. 직접 가서 이야기를 나눈 지은이의 경험에는 당연히 따라갈 수가 없지만, 그 이야기들을 들은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힘이 됐다. 세상엔, 어려운 동갑내기들도 많고, 멋진 동갑내기들도 많구나. 그러니까 나 정도면 나름 꽤 축복받았고 밥 굶을 일은 별로 없겠구나, 굳이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해가며 살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겠구나, 뭐든 해볼 수 있겠구나. 뭐 그런 조용한 위로와 용기를 받았다.

이 한번의 독서로 그 용기가 내 일상 속에서 매 순간을 지켜주지도 않을 거고, 심지어 오래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충분히 경험해서 알고 있다. 한권의 책, 한번의 독서가 그 사람의 삶, 그건 즉 그 사람의 매일의 일상이란 뜻인데, 그걸 그렇게 쉽고도 갑작스럽게 바꾸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독서들이 쌓이고 쌓여서 날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바꿔나간다는 거다. 용기를 잃을 때 내가 쓴 이 글을 기억하고 다시 책을 찾아서 한번 더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지구마을청년대학으로 지은이를 찾아 쳐들어가서 다짜고짜 만나자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안 만나주면 뭐 할 수 없는 것이고. 적어도 그런 부탁도 해보지 말으란 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아하하하.


* 2013년 5월 1일에 쓴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kimjh620/20186831349


+ 2013년 5월 9일 이 책의 지은이와, 출판사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그 이야기 - http://becho.tistory.com/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