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참의 세계에서 가장 큰 고민은 뭐야? 라는 질문을 들었다. 내 대답은,
음... 스킨십. 스킨십이 부족해. 근데 부족하다는 걸 알아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잘 먹는 것과 운동이 몸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몇년 전에 알았다. 그런데 칭찬과 인정과 스킨십이 내 정신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나도 최근에서야 깨닫고 있다. 어쩌면 스스로 내 마음이 그런 것들에 휘둘린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다 그렇다쳐도 스킨십은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그리고 사실 앞으로 그런 친밀한 스킨십을 나누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몇 달 전에 올린 연애 관련 글 때문에 연애 고수인 줄 아는 분들이 있는데, 실은 전혀 아니다. 지난 연애들에서 뭔가를 많이 배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은 처절한 실패의 역사에 가까우며, 최근엔 심지어 연애가 두렵기까지 하다.
심리학 모임에서 만난 '포기하기 전에 해볼 질문들Questions to ask before giving up' 이라는 체크리스트에
Have you showered in the past day?
Have you stretched your legs in the past day?
Have you said something nice to someone in the past day? 와 같은 질문들 뒤에
Have you cuddled a living being in the past two days? 지난 이틀 안에 살아있는 무언가를 껴안은 적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이틀은 고사하고 앞으로 두 달이나 2년이 더 지나도 과연.. 이라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를 키워보는 건 어때? 라는 말도 들었지만 실은 내가 이미 고양이를 키워봤는데, 귀여운 생물이고 좋아하지만, 도저히 끝까지 책임 질 자신은 생기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런 이유로 키울 수는 없다.
연인이 아닌 사람과는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는 것도 몹시 망측한 일로 여겨지는 문화 덕에 코로나 확산이 서양보다 덜한 건 아닐까하는 근거없는 생각을 했다. 그치만 정신건강엔 솔직히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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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끔찍해 난 괜찮지 않아:
포기하기 전에 물어볼 것들 (모임에 참여하신 분 중에 한 분이 번역해주신 내용)
수분이 충분한가요?
아니라면 물 한 잔 마시기를.
3시간 안에 식사했나요?
아니라면 좀 드시기를. 탄수화물 말고 단백질이 포함된 것으로요. 견과류나 후무스(중동쪽 향토음식)도 오케이.
최근 24시간 동안 샤워를 했나요?
아니라면, 당장 하시기를.
최근 24시간 동안 다리를 뻗은 적이 있나요?
아니라면, 당장 하시기를. 달리기를 하거나 헬스장에 갈 체력이 없다면, 집 근처를 원하는만큼 계속 걸어보세요. 날씨가 별로라면 대형마트에 가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통로를 걸어보세요.
최근 24시간 동안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한 적이 있나요?
그렇게 해보세요, 온라인에서든 직접 만나서든. 그 사람의 멋진 모습을 볼 때까지 기다리고, 그 말을 하세요.
최근 24시간 동안 음악에 몸을 맡겨본 적이 있나요?
아니라면, 좋아하는 템포의 EDM 음악에 맞춰 조깅을 하거나 신나는 노래를 틀고 방에서 그저 춤을 추어 보세요.
지난 이틀 동안 살아있는 무언가를 껴안아 본 적이 있나요?
아니라면, 하세요. 친구들이나 친구들의 반려 동물을 껴앉는 것을 두려워 마세요. 대부분 좋아합니다. 강요하지 않아요.
지난 이틀 동안 심리 치료사를 만난 적이 있나요?
아니라면, 다음 치료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그리고 이야기하세요.
지난 몇 주 동안 복용하는 약을 바꾼 경험(복용 기간, 상품명 변경 등)이 있나요?
당신의 머리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며칠을 기다려보고 안정되지 않으면 의사와 상의하세요.
낮 동안 옷을 입고 있나요?
아니라면 잠옷을 제외한 깨끗한 옷을 입으시기를. 재밌는 문구가 그려진 티셔츠나 괜찮은 드레스 같은 특별한 옷을 입어보세요.
밤 동안 졸리고 피곤하지만 잠들 수 없나요?
잠옷을 입고 곰돌이 인영을 갖고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안락한 잠자리를 만드세요. 그리고 15분 동안 눈을 감으세요. 전자기기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도 깨어 있다면 다시 일어나세요. 부담 갖지 마세요.
쓸모 없다고 느끼나요?
지금 바로 작은 것들을 완수하시기를. 이메일에 답장하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다음 여행을 위한 짐을 챙기세요. 잘했습니다!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나요?
개쩌는 셀카를 찍으세요. 친구들이 당신이 얼마나 멋진지 상기시켜 줄 것이고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우유부단하다고 느끼나요?
10분 동안 하루의 계획을 세워보시기를. 어떤 결정이나 문제가 장애물이 된다면 일단은 제쳐두고 눈에 보이는 것 부터 해보세요.
지금은 사소한 일을 하면서 정체를 깨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지적으로 지나치게 몰입한 적이 있나요?
그건 비용이 드는 일이에요. 육체적인 휴식을 취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좀 쓸데 없는 오락거리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시기를.
일주일을 기다렸나요?
때로는 삶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왜곡되고, 우리가 지금 명확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조차 말할 수 없고, 거기엔 어떤 명백한 외부적인 요인도 없죠. 그런 일은 그저 일어납니다. 일주일동안은 우선 하던 대로 지내보세요(기다려보세요), 어떻게 되든지요, 그리고 그 뒤에도 당신이 계속 같은 방식으로 느끼고 있는지(같은 기분이 드는지) 살펴보세요.
지금까지 해내왔고, 앞으로도 해낼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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