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퇴사

참참. 2022. 4. 2. 08:48

 

갑자기 개발자로 일해보고 싶어졌을 때, 아직 개발도 코딩도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던, (그런 나를 받아주셨던) 개발자로서의 첫 직장이 있었다. 연봉이나 커리어 면에서도, 코딩 실력이나 업무적인 체계같은 면에서도 좀 더 성장하고 싶어 21년 5월에 이직했던 회사가 또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2년은 다닐 줄 알았던 그 회사를 그제, 22년 3월 31일 부로 퇴사했다. 역시 이직을 위한 퇴사다.

다음주 월요일, 4월 4일부터는 다른 회사에 출근한다. 이전의 회사들도 나에게 개발자로의 커리어를 쌓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고, 감사한 사람들도 많지만, 이번엔 뭐랄까 더 설레는 기분이다. 오르는 연봉이나 조금 더 있는 복지혜택도 물론 기대되지만(근데 다니던 회사에서도 그 연봉만큼 맞춰주겠다며 붙잡았었다.) 구글에서 일하다 오신 분을 CTO로 영입해서 개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기대되고,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들에 비해 개발조직의 규모가 큰 편이라는 점도 기대된다.

2차 면접에서 뵈었던 대표님이 회사의 미션에 대해 얘기했던 것도 참 좋았다. 앞의 두 회사들은, 어떤 미션을 해결한다기보단 정말 돈만 벌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회사가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주부터 출근하는 이 회사도 막상 일하다보면 미션이 아니라 당장의 과제들과 수익이 더 큰 문제일 것이라 예상한다. 그렇다해도 대표가 면접자리에서 지원자에게 회사가 해결하고자하는 미션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어필이 되었다. 그 미션이 나빠보이지 않았다. 회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 사업을 하는가를 잊지 않고 그에 맞는 결정을 하는지는 앞으로 다녀보면 알게 될 것이지만, 나 스스로도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이메일 쓰다가 나도 모르게 회사에 들어간다는 것에 처음으로 '합류한다'는 표현을 썼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 이전 회사들에 들어갈 때는 '취직'이라는 단어만 떠올랐었는데.)

물론 나는 생계를 위해 회사에 다니고 코딩을 한다. 그 이유가 제일 크다. 근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생계만 위해서 돈만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내가 느끼기에) 썩 사회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이 가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한다거나 원재료라든가 뭔가를 속여서 판매하고 있다거나 그런 걸 돕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어서 무척 감사하지만 앞으로 다닐 회사나 거기에서의 경험이 지금까지보다 더 좋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거쳐온 회사들도 여러모로 지금보다 더 좋은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남아있는 고마운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으로 더 괜찮은 일터가 많아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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