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여기 와서 좋다

참참. 2022. 4. 17. 19:48
지난주에 발톱무좀 치료를 시작했다. 군대에서 얻었으니 10년 된 병이다. 엄지발톱 하나에서 소소하게 시작한 녀석은 이제 양쪽 발에 골고루 퍼졌다.
"나는 10년이나 나를 방치해왔다"라는 문장을 떠올렸으나 이내 내 안의 무언가가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그렇다. 그걸 치료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들이 너무 많았을 뿐이다. 그냥 두어도 그다지 아프지도 않은 그것보다 더 아픈 결핍들을 채우기 위한 날들이었으므로. 과거의 어느 때라도 그때의 나름의 최선을 다해왔던 것이다.
4월부터 새로운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첫 출근하던 날 애인은 도시락과 와인을 챙겨왔고, 5시에 퇴근하여 선유도공원에 피크닉을 갔다.
그저 그런 회사, 그냥 버티듯이 다니는 곳 말고 더 좋은 곳에 가고 싶었다. 내 실력이나 자격을 의심하는 순간들도 어쩔수 없이 찾아왔지만, 필요한 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잘 배울 수 있을 거라고 뻔뻔한 마음을 가졌다.
어제 처음으로 풀리퀘스트(깃/깃허브)라는 걸 해봤다.(내가 코딩한 소스코드를 회사 서비스 소스코드에 검토 후 병합해달라는 요청이다.) 앞으로 지겹게 일상적으로 하게 될 일인데도 처음이라 각별한 느낌이었다. 이런 업무프로세스(사실 요즘은 아주 기본적인 것으로 여겨지는)를 가진 개발조직에서 처음으로 일해보는 것이.
분위기가 좋다고 느낀다. 다들 서로 도우려는 준비가 되어있다는 느낌. "그런 것도 모르냐"같은 말이 돌아오지 않을 것같은 분위기다. 사내 스택오버플로우(일종의 개발자 네이버지식인같은)도 운영한다. 뭐든 물어볼 수 있다. 여기 와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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