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이직 준비

참참. 2022. 3. 7. 23:41

 

2월달은 중순 즈음부터는 거의 이직 준비로 보낸 것 같은 느낌이다. 그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첫직장에서 php로 커리어를 시작한 뒤로 php를 주력 언어로 경력을 이어가게 됐다. 이번에 이직하면 세번째 직장이 되는데, 아무래도 기존 경력이 php이다보니 이번에도 php를 쓰는 곳으로 가게 될 것 같다. 파이썬을 쓰는 곳에도 서류를 내거나 코딩테스트까지 본 곳도 있었는데 다 떨어졌다.(사실 php쓰는 곳 중에서도 최종합격한 곳은 아직까지는 한 곳이 전부다.) 근데 원래는 php보다 파이썬이 더 좋아보여서 그걸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요즘은 일단 php를 잘해보고 싶다. php는 어느 모로 보나 트렌디한 언어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버전업을 통해 충분히 괜찮은 언어가 됐고, 결국 한 언어를 먼저 깊게 잘하면 다른 언어를 할 때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기초만 이것저것 하는 것보다는 천배, 만배 낫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나에게 밥벌이 시켜주는 고마운 언어기도 하다. 아직 이것도 활용 못한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아직 확정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현재 회사에서 꽤 강하게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저쪽 회사에서 워낙 연봉도 지금보다 많이 높여서 제시해준데다 지금 회사보다 복지도 좀 더 있는 편이고,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IT기업에서 개발도 하고 개발자들의 매니저로 일하신 분이 최근에 영입되어서 개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어지간하면 그래도 이동할 것 같긴 한데, 현재 회사에서도 만만치 않게 잡고 있다.

지금 회사에 있다가 얼마 전에 퇴사하신 부장님도 다른 회사에 기술쪽 헤드로 가게 돼서 나중에 자리 잡으면 부르겠다고 하는 말씀도 하시고, 또 최근에 들어간 IT업계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임에서 모 회사 CTO님이 php개발자를 뽑고 있다며 관심을 보이셨고(5년차 이상을 뽑고 있어서 너무 격차가 컸지만!), 오늘은 또 내가 잠시 귀촌해서 살던 시골에서 건너건너 소문을 들은 분이 내 실력도 모르지만 어쨌든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전화 주신 분이 계셨다. 그 회사는 심지어 php를 쓰는 곳도 아니다. 내가 주로 지금까지 써본 DB는 MySQL DB인데 거긴 Oracle을 쓰고 언어는 java다. 난 java는 기초문법조차 모른다. 

서류에서 탈락한 곳도 많고, 코딩테스트나 면접에서 탈락한 곳들도 있지만 그래도 붙은 곳도 있고 현재 회사에서도 잡으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하다보니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나보다 싶은 마음이 든다. 사실 내가 열심히 해서도 있지만 현재 개발자라는 직군 전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 덕분에 굉장한 호황기를 누리고 있어 운이 좋은 게 제일 크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나도 코딩하는 게 즐겁고 또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최근에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개발자는 어찌저찌 될 수 있지만 어느 분야나 그렇듯 "좋은 개발자"가 되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알아야할 것도 갖춰야할 것도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큰 것은 새로운 것에 열려있는 태도, 항상 공부하는 자세다.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하나의 서비스를 위해서 타부서와는 물론이고, 개발자만도 수십 명이 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라면 나도 강점이 있을 것 같다.

이제 개발경력이 만 2년을 채우고 3년차로 접어든다. 사실 3년차 개발자라고 했을 때 내가 상상하는 어떤 개발자의 모습과 나 자신을 비교해보면 아쉬운 지점이 많다. 지금의 나는 그동안 개발자로 일해온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고 공부가 즐겁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점점 더 보이는 것도 많아지고(모르는 게 정말 많다는 사실도 늘 알았지만서도 점점 더 실감이 나고) 그걸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마도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을 때는 하루 일을 마치고 쓰러져 자기에도 바빴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치기 때문에 무언가를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그리 크지 않았다. 막연한 마음은 늘 있었지만 공부가 잘 되지 않았다. 지금도 뭐 퇴근 이후에 대단히 많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도 재밌고 공부도 재밌다고 느껴진다. 내가 어딘가 열정을 가질 만큼 일상에서 많은 에너지가 채워지고 있다. 신기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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