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8년 4월에 쓴 글입니다.
* http://blog.naver.com/kimjh620/20087293480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소재, 분신사바.
재미로 분신사바를 시도했다가 그 마을에서 억울하게 죽은 유령이 정말로 불려나온다는 설정.
이러한 소설적 상황자체는 신선하다거나 색다르다는 느낌을 주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종호님의 솜씨는 역시 인정.
유령을 끌고(?) 다니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과 유령의 묘사, 괜찮은 속도감의 진행. 모두 괜찮았다.
내용면에서는 갑자기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여대는 이 유령이 '절대악'의 범주에서 '선'과 대립하는 구도는 아니라는 것. 그들은 단지 억울하게 죽은 그들의 원한을 풀기 위해 복수하려는 한다는 설정이다. 설득력있는 죽임의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는 뜻.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과연 그 복수가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나중엔 오히려 그 마을 사람들에게 악감정을 품게 되는데, 그렇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로 죽음을 선사하는 것은 옳은 것인가?
복수의 정당성이라는 오래된 딜레마가 떠오르는 한 편의 공포소설. 소설이라는 형식의 특성상 영화처럼 극적인 공포는 느끼기 어렵지만,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마을에서 계속되는 죽음. 끔찍한 살해방법은 꽤나 공포스러웠다.
그러나 사실 이 소설에서 복수의 정당성보다도 더 크게 다가오는 주제이자 전체적인 배경에 깊게 깔리는 공포는 다수에 의한 폭력, 군중심리에 기인하는 비이성적 행위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전체 사건의 출발점(원인)에 위치하는 것이 이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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