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9년에 쓴 글입니다.
내 인생의 좋은 날..
굉장히 역설적이게도 지은이 기자영 씨는 자신이 갑자기 암진단을 받고, 심지어 다리를 포함한 골반 한 쪽을 잘라내기까지 해야했던 투병생활이 내 인생의 좋은 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녀는 그렇게 되기 전까진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나온 개원의였다. 누가 봐도 남부러울 것 없는 학교와 직업을 갖고 있었던 그녀, 그러나 오히려 마음은 암에 걸리고 나서 보낸 날들이 훨씬 나았다고 하는 그녀의 이야기.
그녀가 아프기 전까지 보지 못하고 있던 그 수많은 것들.
쫓기며 살아왔던, 주변에 항상 있던 그 사랑들을 알지 못했던 나날들.
그 세월들을 돌아보며 투병생활 중에 느낀 것을 일기식으로 써나간 책이다.
아프고 나서야 정말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느끼고,
나 자신의 안에 행복이 있음을 느끼고,
나와 남이 따로 없음을 느낀 그녀의 이야기.
매 사건사건마다 그녀의 마음 속에서, 또한 그녀의 주위에서, 그녀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피어오르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 소박하고 감동적이고, 가끔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특히나 어떻게든 더 벌어보려고 아등바등하며 사는 우리에게, 또한 과거의 그녀 자신에게도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한마디.
어떻게 먹고 사냐는 동창들의 질문에 '얻어먹고 살지'.. 이러한 그녀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몇 달 전, 이 책이 출판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그녀는 결국 세상에 작별을 고했다.
그녀가 그렇게 많은 불편함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기쁨을 느꼈던 이야기들을 가기 전에 이렇게 남겨놓았다.
이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하고 종종 자괴감에, 무력감에 빠질 때마다 다시 한번씩 들춰보고 하면서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겐,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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