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 4

우연히 마주친 후배와 수다를 떨다

어제 10년동안 연락 한번 하지 않은 고등학교 후배를 만났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후배가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난 한참 못 알아봤다. 실은 고등학생 때도 별로 그리 친했다는 기억은 없는 후배다. 솔직히 그와 고등학교때 운동은 좀 같이 했었지만 뭔가 대화를 나눴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었는지 한마디도 기억나는 대화가 없을 정도다. 그가 홍천출신이라는 것도 거의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길거리에서 만나서는 반갑다면서 카페까지 가서 차를 얻어마시고 버스를 두 대 보내며 한 시간이나 얘길 나눴다. 나한테는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혼자 돌아오는 버스에서 고민을 했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아마 고등학생이던 그와 고등학생이던 나는 이제 없고 우리는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두..

일상/2013~2019 2018.06.30

예멘 난민에 대한 생각

홍천에 오고나서 이슈에 더더욱 어두워진 나이지만 요즘 참 여러 이슈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쁜 일들 와중에 좋은 일(병역거부 헌법재판 등)도 있어서 다행이다.예멘 난민 이슈가 꽤 마음이 쓰인다. 분명 우리도 어딘가에서는,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어글리코리안, 퍼킹코리안이겠지. 거길 여행 가면 그런 취급을 받고 차별을 받고, 이민이라도 가면 더 심하겠지,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도 예멘 난민들만큼의 적대를 받진 않을 거라고 기대한다. 적어도 어떤 이유로 다른 나라에 가든 간에 그 나라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까지 적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예멘 난민들에 대한 사람들의 적대를 보고 하는 생각이다.내 짧은 생각으로는 예멘 난민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500명 중 단 한 사람에 집중해서 그의 인터..

일상/2013~2019 2018.06.30

세븐일레븐에서 CU로

세븐일레븐에서 CU로 자연농 배우는 참참 아르바이트 이야기냐고? 아니다. 집 얘기다. 우리는 지금 세븐일레븐 2층 원룸에 살고 있다. 서울에서 홍천으로 올 때 우여곡절 끝에 얻은 것이 이 열 평 원룸이다. 서울보다 싸긴 해도 그곳의 여느 원룸처럼 월세로 살고 있다. 처음에는 길어야 네다섯 달 지낼 임시 거처로 선택한 원룸이었다. 그게 어느새 1년이 넘었다. 다른 계획이 틀어지다 보니 그렇게 됐다. 처음 세웠던 계획이 이래저래 바뀌는 과정에서 그냥 계속 살게 된 거다. 그러다 최근에야 어디 전세라도 들어가면 방이라도 하나 더 생기고 월세도 좀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래의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서울에서도 찾기 힘든 전셋집이 이 동네에 있느냐, 우리가 가진 돈으로 전세..

내가 경험한 이웃과 텃세

내가 경험한 이웃과 텃세 참참 얼마 전 밭에 가는 길에 동네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밭에 뭘 심었냐고 물으시기에 그냥 우리 먹을 거나 이것저것 조금씩 심었다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젊은 사람들이 돈이 많으니까 그러고 있지!”“예?”너무 뜻밖의 말씀이라 처음엔 정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동네 토박이 주민들과 이야기 나눌 일이 거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집과 밭이 멀어서다. 밭이 있는 고음실마을에 집을 구해 살았더라면 아마 할머니들도 매일 마주치고 집 마당에서도 자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사는 집은 밭에서 2km도 넘게 떨어져 있는 데다 군부대 앞 편의점과 음식점들이 있는 거리에 있다. 지나가다가도 마당이 훤히 보이는 열려있는 시골 농가 주택이 가..